무조건 반말을 해야 한다
내가 찍은 유일한 영화
굉장히 오랜만의 과거 이야기다.

내가 찍은 유일한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저기 쓰고 다녔지만 이 블로그에는 쓴 적이 없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정리하며, 당시를 기억하기 위해 간단하게 적어본다. 좋은 과거는 기억하는 순간순간이 즐거운 법이다.

난 영화를 좋아했다. 그래서 대학교에서도 망설임 없이 영화동아리에 가입했었다. 내가 1학년이었던 당시는 학생운동이 슬슬 물러가기 시작할 때. 그러니까 어떤 경계에 서있는 상태였다. 영화를 보기보다는 운동을 해왔던 선배들 아래서 난 '영화보기'만을 택했고 그래서 그냥 영화만 봤다. 그렇게 계속 지냈다.

동기들과 후배들이 밤을 새워가며 엉터리같은, 하지만 퍽 재미난 영화들을 만들고 있을 때 난 관심없는 척하면서도 은근히 그 작업들을 부러워했었다. 내 이야기를 내 영상으로 재현시키는 일은 얼마나 멋진 일일까. 혹은 얼마나 재미있는 일일까. 다행히 나에겐 이야기가 하나 있었고, 죽이 잘맞는 후배들이 있었다. 취업공부같은 거 안하고 뭔 생각으로 학교를 다녔는지 뒹굴거리기만 했던 4학년 2학기의 어느 자취방. 시간은 밤이었다.

졸업 작품은 하나 만들어야 하는거 아니에요? 라는 후배의 말에 음... 이란 애매한 대답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그렇게 갈망한 적 없다는 듯이 기술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던 이야기를 툭 건했다. 걸려들었다. 둘 다 재미있어했고 바로 시나리오와 콘티 작업에 들어갔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진행도 순식간이었다. 놀랍게도 우린 잠자기 전까지 모든 사전작업을 끝냈다. 그리고 잤다. 첫 촬영은 아침이어야 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었지만 아침 광선이 반드시 필요했다. 문제는 후배 둘 중 하나가 늦잠 대마왕이었다는 것. 그리고 겨울이었다는 것. 겨울의 구들장은 나도 사랑해마지않는 것이다.

아침. 해가 밝았다. 저 해의 남중고도가 높아지기 전에 얼른 나가서 영화를 찍어야 했다. 역시나 요주의 인물이었던 후배는 "형 우리 안찍으면 안돼요?"라는 말을 했다.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이불을 걷고 억지로 깨워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찍기 위해 캠퍼스 적당한 장소로 갔다. 늦잠을 즐기지 않은 또다른 후배가 연기를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나까지 총 3명인데, 그들이 시나리오, 콘티, 감독, 촬영, 연기, 편집을 다 하는 셈이었다.

일단 첫촬영. 연기를 하시겠다는 후배는 감정 잡을 시간을 달라 했다. 거참... 그 시간을 주니 제법 감정이 잡히는 놀라운 경지를 보여줬다. 더구나 이 장면이 별 이유 없이 오만방자한 롱테이크였기 때문에 햇빛이 높아지기 전에 NG없이 가야했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쥐고 있던 후배가 걸으며 촬영하다가 다리가 꼬여 삐끗한 NG말고는 무사하게 진행됐다. 그러자 여배우가 왔다. 꼭 필요했던 여주인공을 위해 급작스럽게 별로 안친한 여자 후배를 불러냈고, 역시나 여배우는 여배우. 촬영 날 지각을 하시었다. 여배우가 오자마자 바로 두 번째 촬영을 했다. 그건 영화의 첫장면이었다. 여배우 혼자 어딘가 바라보는, 그걸 카메라가 패닝하며 잡아내는 장면. 그 시선이 아마 남자 주인공의 시선이었었지? 아무튼 그렇게 얼렁뚱땅 찍어버리고 동아리방에 가서 찍은 분량을 확인하려는데, 이게 왠걸. 정전이었다. 결국 아무 것도 확인하지 못한채 그냥 계속 촬영만 해야하는 지경인 것. 잘못 찍히던 말던 알게 뭐냐. 동아리방과 학관을 돌아다니며 나머지 분량을 찍고 다시 자취방으로 가서 실내장면을 모두 찍었다. 그걸 다 찍으니 저녁. 여력이 남았던 우리는 메이킹 필름마저 찍기에 이르렀다. 자, 이제 저녁을 먹고, 노래방에 가서 스탭들을 위로하고 동방에 올라가 편집을 해야했다.

참 오래전 이야기. 편집을 위해 조그셔틀이 달린 VHS 두 대를 나란히 놓고 작업해야했다. 그 작업이 얼마나 짜증나는 작업이냐면, 감독인 내가 편집기사 옆에서 비위를 맞추며 앉아있었다는 것. 영문 모르고 동방문을 연 후배 하나는 그의 짜증을 한아름 받고 돌아가야 했었다.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대사가 거의 안들렸다. 중간중간 체킹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인데, 결국은 대사가 들어간 부분을 모두 잘라내고, 거의 나레이션으로 채웠다. 그렇게 편집이 끝나고 음향효과도 넣고, 음악까지 삽입 끝. 음향효과는 총소리가 딱 하나가 필요했는데, 그것도 <증오> 속의 음향효과를 찾아서 억지로 편집해 넣은거다. 마지막 장면에 탕! 하는 소리가 나는데, 그 직전 시계가 째깍째깍하는 소리를 분리하려고 엄청 애먹었던걸로 안다. 그리고 동방 컴퓨터의 아래아한글로 만든 크래딧을 촬영해서 그걸로 엔딩크래딧 삽입.

시나리오에서 후반작업까지 26시간 정도 걸렸다. 그리고 제작비는 스탭과 배우들 두 끼 식사비용과 노래방 비용. 당시 물가로 3만원정도 되는 돈으로 제작했었다. 그렇게 만든 영화의 제목은 <첫사랑>이었다. 참으로 얄궂고, 요즘 말로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제목이었지만, 한번은 꼰 제목이었다. 실은 미스테리물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였거든. 우리는 그 작품을 놓고 스스로 자뻑하기에 이르렀으니, 그 해 동방영화제에서 최다부문 수상작으로 뽑히게 되었다. 1년간 동방 스터디를 하며 제작된 영화들을 제치고 숨어있던 고수의 영화나 나왔다며 동방은 축제 분위기였다(고 내 맘대로 생각한다.)

이 영화는 지금 나에게 없다. 6~7년 전 쯤 동방 어딘가에 있을 그 영화를 카피해달라고 후배에게 부탁했는데, 엉뚱한게 왔었다. 그 이후로는 부탁한 적도 없고 동아리 케비닛 어딘가에 있을지도 확인이 안된다. 다만 언젠가 학교에서 무슨 행사로 동아리에서 제작된 몇몇 영화를 상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 영화가 대중들에게 첫번이자 마지막으로 상영된 적이 있다고 들었다. 그 반응을 알 수는 없었지만 당시만 해도 활성화되었던 동아리 홈페이지를 통해 한 두 사람의 호의적인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좋은 비평을 받은 감독의 느낌이랄까. 기분이 좋았더랬다.

그 영화를 함께 만든 두 명의 후배도 아주 오랫동안 그 영화에 대한 추억을 씹고 또 씹었던걸 안다. 하지만 이제 한 명은 씨네21 기자가 되었고, 또 한 명은 영상원에서 더 좋은 영화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당시의 조그셔틀로 만들어진 20분이 안되는 조악한 영화에 미련을 가질 이유가 없다. 나 또한 미련은 없고, 그 영화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한 서운함도 더이상은 없다. 다만 당시 좋은 기억을 만들 수 있었던 26시간의 경험이 소중할 뿐이다.

그 이후, 난 영화 한 편을 더 준비한 적이 있었다. 첫 영화의 결과에 고무되었던 몇몇 후배들이 모였고, 무려 10명에 가까운 배우와 스탭을 부리고 촬영했다. 약간의 SF와 호러가 겹친 짧은 영화였는데, 이 영화는 촬영만 된 채 멈추게 되었다. 8미리 매체에 찍어서 지금은 어디에서도 편집이 힘든 상태다. 그것보다 그 8미리 테이프가 우리집 어디에 있는지도 난 모른다. 결국 나에게 있어 내가 만든 유일한 영화는 <첫사랑> 하나 뿐이다.

약간의 정정을 해야겠다. 위에서 나는 이 영화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해 서운함이 없다고 했는데, 그래도 가끔 이런 생각은 한다. 뭔가에 마구 지쳐있을 때, 그래서 그 영화를 VHS에 넣고 재생 버튼을 눌렀을 때, 그 안에서 흐르는 영화는 영화뿐 아니라 다른 많은 것들을 나에게 줄 수 있지 않을까. 메이킹 필름 속에서 낄낄대던 내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나는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 그게 무엇이든간에. 그럴때면 조금씩 아쉬워진다.

이 영화는 IMDb에도 등록이 되어있다.



by nixon | 2008/08/26 00:10 | 잡담 | 트랙백 | 덧글(9)
엑셀 함수들
회사에서 1년에 한 번 온라인 교육을 들으라고 해서 올해는 엑셀 함수를 가열차게 듣고 있다. 뭔가 도움이 되는걸 들어보고자 함인데, 작년엔 정말 쓸데없는 이미지 메이킹 관련을 들어서 60강이나 되는 긴긴 강의를 고통스럽게 마친바 있다. 다만 스크럽이란걸 알게 되었더랬다. 엑셀 함수는 유용할 듯 싶었는데, 그리고 처음 절반은 쉽고 간단했는데, 이게 왠걸. index, match, lookup 함수들 나오기 시작하니 이런게 왜 쓸데있나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아직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한 상태. 그런데 리포트가 저것들을 이용해서 풀어야 하는 거더만. 엑셀이 제공하는 함수만으로 쩔쩔 매니 엑셀 만든 인간들은 뭔가.
by nixon | 2008/08/25 23:30 | 잡담 | 트랙백 | 덧글(4)
이 블로그에 적었던 무한도전과 1박2일의 상대적 평점 정리
8월4주 : 무한도전(핸드볼 중계특집) (90) ■■■■■■■■■□ (10) 1박2일(초심 특집)
8월3주 : 무한도전(올림픽 특집) (80) ■■■■■■■■□□ (20) 1박2일(올림픽 특집)
7월3주 : 무한도전(대체에너지 특집 2) (30) ■■■□□□□□□□ (70) 1박2일(여름 바캉스 특집)
7월2주 : 무한도전(무한걸즈 미팅 2) (60) ■■■■■■□□□□ (40) 1박2일(백두산을 가다 3)
7월1주 : 무한도전(돈가방을 찾아라 3, 무한걸스 미팅 1) (50) ■■■■■□□□□□ (50) 1박2일(백두산을 가다 2)
6월5주 : 무한도전(돈가방을 찾아라 2) (70) ■■■■■■■□□□ (30) 1박2일(백두산을 가다 1)
6월4주 : 무한도전(돈가방을 찾앚라 1) (80) ■■■■■■■■□□ (20) 1박2일(백령도 3, 백두산을 가다 예고)
6월3주 : 무한도전(가족 2) (0) □□□□□□□□□ (100) 1박2일(백령도 2)
6월2주 : 무한도전(무한뉴스, 가족 1) (20) ■■□□□□□□□□ (80) 1박2일(백령도 1)
6월1주 : 무한도전(기네스 도전) (40) ■■■■□□□□□□ (60) 1박2일(경기도 투어 2)

딱 10번 했네. 종합성적은 아래와 같다.

무한도전 (52) ■■■■■□□□□□ (48) 1박2일

예상치도 않게 팽팽한 점수군. 누가 신경쓰겠냐마는.
by nixon | 2008/08/25 13:21 | 잡담 | 트랙백 | 덧글(5)
8월4주 무한도전 vs. 1박2일
무한도전 (90) ■■■■■■■■■□ (10) 1박2일

<무한도전>은 여전히 올림픽 특집. 다음주까지 계속된다고. '1박2일'은 올림픽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모토 아래 1년 전 오프닝을 했던 장소에서 오프닝을 하고, 1년 전 갔던 첫 여행지에 다시 가서 1년 전의 콘셉트로 진행했다. 밥이 없어 동네에 밥을 얻으러 다니는. 그러고보니 예전엔 그런식이었던 듯.

<무한도전>은 핸드볼 중계를 위해 보조해설을 준비하는 과정과 실제로 보조해설을 하게되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베이징에 가서 일어나는 일들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정형돈은 기껏 중간 평가때 잘해놓고, 실제로 발탁되니 얼굴이 완전한 흙빛이었다. 정말 자신 없는 걸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을 때 얼굴이 사색이 되는거 있지 않은가. 내가 보기에 연기 없는 완전 리얼이었다. 그게 연기였다면 정형돈은 연기해야한다. 그리고 엉뚱한 티켓을 사서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했다가 겨우 들어가 현란한 응원을 하던 3명도 재미있었고. 실제로 핸드볼 경기를 봤을 때, 어떤 경로로 정형돈과 노홍철이 뽑혔나 했더니, 그런 경로가 있었더군. 실제로 봤던 영상을 되새기며 <무한도전>을 보니 그 뒷이야기과 그들의 긴장이 재미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 <무한도전>팀의 응원을 알게 된 선수들이 기쁘게 화답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그리고 노르웨이전과의 패배까지 엮으면서 여자 핸드볼을 완벽하게 하나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더라. 올림픽이라는 거대 특집떡밥과 <무한도전> 고유 콘셉트가 상당히 잘 만난 예능 수작이었다. 웃겼고 억지스럽지 않았고, 재미있었고, 심지어는 이야기까지 있었으니.

그에 반해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1박2일'은 너무 초심으로 돌아간 듯. 예능이란 것이 주어진 설정 속에서 진화와 발전을 해가는것이며, '1박2일'은 그걸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제 에피소드의 초심이란 긍정적인 초심이 아닌, 1회를 다시 재현하기에 불과했다. 그러니 재미가 있나. 도움을 줬던 가가호호를 방문하여 개그쇼를 하는 것도 한 번이 재미있는거지 그걸 계속 보여주는건 많이 지루했다. 요즘 시청률에서도 확실하게 '패밀리가 떴다'에 밀리는 모양인데 분발할 필요가 있겠다.

수정 : 프로그램별 말고 코너별 시청률은 '1박2일'이 여전히 높다고 한다.
by nixon | 2008/08/25 13:08 | 잡담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푸드코트의 똠양꿍
푸드코트에 베트남 음식점이 생겼는데, 먹거리 신상을 추구하는 팀원 중 하나가 거기서 똠양꿈을 시켜 먹었다. 맛없다는데, 좀 궁금해서 마지막에 살짝 간을 봤는데. 우웩. 내 구강에 낀 찜찜한 고추 기름 어찌할겨.
by nixon | 2008/08/25 12:58 | 잡담 | 트랙백 | 덧글(6)
야구장에서 정치 피켓드는 것에 대하여
이를테면 위와 같은 것. 지난 쿠바와의 야구 결승때 잠실주경기장에서 응원하던 사람들 중 일부라 한다. 저런 행위에 대한 의견은 갈릴 수 있겠다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싶은 것을 잘못이라 말할 수 있을까. 저 피켓이 '우.리.들.은.명.박.님.을.지.지.합.니.다' 였다고 한들 마음속으론 지랄하네, 싶겠지만 그들이 절대로 해서는 안될 짓을 한거라고는 생각안한다. 자신의 의견을 자신들이 유리한 시점에 표출한거다. 그게 정치던 오빠그룹에 대한 빠들이건. 논란이 있다면 뒷사람들이 피켓으로 경기 감상에 방해가 됐을지도 모른다는건데, 그날은 전광판을 보고 있었던 응원전이니 별로 가렸을 것 같지도 않군. 그런데 이 사진에 대한 어떤 클럽의 댓글 반응은 가히 충격적이다.

[충격, 욕설이 싫다면 들어가지 말것]

야구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 그 어느것도 끼어들길 원치 않는다는 요지인데 표현법이 상당히 과격하다. 그리고 그 전제 또한 틀렸다. 그래서 도대체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갖고 사나라는 질문에 사소한 대답을 해준이가 있었으니 아래 링크의 덧글 중 글쓴이(센****)의 덧글만 읽어봐라.

[베티, 몇몇 덧글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거다. 마음껏 무시할 수 있는 의견이지만, 저런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윽! 이건 다양성도 아니다.
by nixon | 2008/08/25 09:51 | 잡담 | 트랙백 | 덧글(12)
토요일, 다양한 것들
1. 매그넘 코리아 사진전 : 하니누리에서 1000명 이벤트에 당첨돼 티켓을 얻은김에 종료 2일 전에 다녀왔다. 예전 마지막 날 인상파 거장전을 갔을 때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 문열기 전에 갔다. 그랬더니 꽤나 평온하게 볼 수 있었다. 재미있더라. 사진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보는데 시간도 꽤 걸렸고. 그냥 한국 사진 같았다. 이방인의 눈이 상당히 다를 수 있다고 봤는데, 다르기도 했지만 그냥 한국 풍경이기도 했다. 미키마우스 가족 사진 재미있었고, 한강 유람선에서 머리 흩날리는 여성들의 사진도 좋았고, 둥글둥글한 산을 배경으로 한 마차 사진(제주였던가 경주였던가)도 좋았다. 그 외 재미있는 사진들도 많이 있었다.

2. 라틴 거장 미술전 : 거기서 바로 덕수궁으로 가서 라틴 거장 미술전을 관람했다. 별로라는 말을 들었는데, 기대치를 낮춰선가 좋던데. 특히 1층의 전시품들이 좋았다.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색과 힘과 분위기가 보였다. 오로스코의 방이 있었는데, 다 좋았지만 '익사자들'이 너무나 인상깊었다. 나무 위에 그림을 그린 콜롬비노의 작품 중 제목소 희한한 '고문의 꽃' 역시 멋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폴레오의 '위원들'은 역시 베스트였다. 그 색감하며. 음험함... 참. 라틴 미술에서 보였던 공통점중 하나는 음험함이었다. 나쁜게 아니고 그로인해 특별해졌다는 말. 프리다 칼로와 보테로의 작품을 실제로 본건 처음인 것 같은데 보테로가 역시 좋던데. 일본의 보테로전 포스터가 보이던데, 우리나라에서도 한 번 했으면. 아, 이 전시도 다행히 어떤 이벤트에 당첨되어 무료로 봤다는 것.

정동 입구에 아버지와 딸이 운영한다는 테이크아웃 카페가 있는데, 괜찮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괜찮더라. 값도 싸고 맛도 괜찮고. 머핀이나 쿠키들도 홈메이드 느낌이 나는 것들이었다. 다만 머핀의 맛은 모양새에 비해 평이한 편. 점포명이 '아빠하고 나하고'였던가? 그와 비슷하다.

3. 반응하는 눈 : 디지털 스펙트럼展 : 조금만 걸어가서 서울시립미술관으로 가면 볼 수 있는 전시다. 입장료는 700원. 여러 착시를 이용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는데, 조금은 시시한 것도 있었고, 괜찮은 것도 있었다. 찻잎으로 만든 '히어로' 좋았다. '가나자와의 해일'을 모티브로 한 포스트잇 작품은 글쎄... 좀 실망. 빛의 방향에 따라 작품이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부담없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전시였다. 때때로 다니는 도슨트의 설명을 드문드문 들으면 더 도움이 된다. (참, 이건 끝났던가?)

이러고나니 파김치. 오랜만에 경희궁에서 푹 쉬었다.
by nixon | 2008/08/24 23:59 | 잡담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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