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반말을 해야 한다
돼지꿈 1961
한형모 감독의 <돼지꿈>은 영도주택(임대주택)에
사는 서민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가장인 김승호는 고등학교 선생. 박봉이지만 따박따박 급여를 타오는 소심하고 성실한 남자다. 아내 문정숙은 어떻게서든지 살림이 폈으면 좋겠어서 안달하는 중. 그리고 아들 안성기가 있고 식모(최지희)가 있다.

가난하지만 단란한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60년대 전형적인 가족 코미디물 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가족에게 하나둘 유혹의 손길이 뻗치는데 그 과정을 보는게 상당히 불안하다. 김승호가 돼지꿈을 꿨다며 좋아하던 날 이웃집에서 새끼돼지를 키워보라 하는 것도, 부산에 사는 친구 이예춘이 밀수를 하는 찰리(허장강)를 데리고 오는 것도 뭔가 이 악의없이 사는 가족에게 꼭 사단이 날 것만 같다는 촉이랄까. 촉도 아니고 당연히 그런 귀결이 날 수밖에 없는 거지.

영화를 딱 절반으로 나눴을 때 앞 부분에 해당하는 이 모든 이야기는 아침부터 밤까지 딱 하루의 이야기다. 김희갑이 영도주택 월세를 받아내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월세를 독촉하러 왔다가 김승호와 함께 술을 진탕 마시는 것도 같은 날이다. 그러니까 <돼지꿈>은 이야기의 포석을 깔기 위한 플롯을 단 하루에 촘촘히 박아넣은 것이다. 그리고 약 두어달 후 김승호 가족은 사기를 당하게 되고 집문서까지 잡히며 꾼 돈 마저 모두 날아가게 되었다. 결국 네 분수를 알아라, 영화 대사로도 나오는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영화인데 마지막, 찰리를 잡아오겠다는 아들 영준(안성기)이 교통사고를 당해 끔찍한 시체로 돌아오는 것은 좀 너무하지 않았나 하는 무지막지한 결말이다. 60년대 초, ‘당신 자리에서 분수를 지키고 살라’ ‘욕심내지 말고 살라’라는 것이 그토록 혹독하게 알려야 할 그런 명제였을까. 오프닝 크레디트의 발랄함이 무색하게 영화는 어둡고 무겁게 막을 내린다. 마지막 장면 후 ‘끝’ 크래딧이 나오는 컷의 그림도 오프닝에서 따왔는데 그 발랄함이 얄궂을 정도다.

이 영화 찍을 당시의 김승호는 나보다도 몇 살이나 어린데 영화로는 도저히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영화 중간, 김승호의 술 친구로 구봉서가 까메오 처럼 잠깐 나온다.
by nixon | 2018/06/10 23:30 | 영화 스크랩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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