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반말을 해야 한다
요즘 본 영화 세 편
실은 페이스북에 적었다가, <걷기왕>에 대한 내용 때문에 조금 그래서 페이스북에서는 지웠다. 여기는 변방 블로그라 상관 없겠지.

1. 
<걷기왕>
착한 영화고 밉진 않지만 영화가 그냥 재미가 없다. 심은경의 연기가 저게 뭔가 싶은데, 스타를 데리고 가야 투자도 받을 수 있고 그런 상황에서 심은경의 존재가 이 영화의 많은 것을 가능하게 했겠지만, 그래도 여고생으로 보이려는 연기는 나에게 와 닿지 않았다. 뭐랄까. 그냥 담임과 친구처럼 보이는데 애처럼 연기하는 느낌(어쩔 수 없겠지...아니 나이도 꽤 어린데 왜 이렇게 선생처럼 보이는 걸까...). 코미디도 그냥 그랬고, 정 가는 캐릭터들도 없고. 영화는 내내 아마추어의 그것 같다. 일본풍의 과장된 연기가 허용되는 학원 코미디물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마이너에 애정을 보내고 특별한 성취를 반드시 올릴 필요는 없다라는 진심은 좋으나, 진심은 진심일 뿐. 영화로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대배우>보다는 그래도 훨씬 재미있게 봤다. 의아한 것은 트위터 등에서 보이는 이 영화에 대한 엄청난 호감이다. 배우의 연기와 여여캐미에 대한 내용이 많은데, 여여캐미가 메인으로 나오는 국내영화가 드물다곤 하지만 그것만으로 가치가 될 수는 없다.

2. 
<공동정범>
<두 개의 문> 속편 격인 연분홍치마의 다큐멘터리다. 전작은 용산 참사 사건에 집중했다면 <공동정범>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망루에서 살아남았지만 '공동정범'이라는 논리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을 살고 나온 남겨진 그들은 그 후 어떤 삶을 살아가고, 그들에게 용산의 그 날은 여전이 어떤 의미일까. 그들은 이 사회의 희생자이고 약자이기 때문에 그 시간 이후 연대를 통해 용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공동정범>의 핵심이다. 그들 사이의 갈등이 만만치 않다는 것. 하지만 용산의 진실은 여전히 가려져 있다는 것. 남겨진 자들 역시 사람일 뿐이라는 것. 그러나 그 갈등의 시간을 응시하다 보면 용산에 대한 이 국가의 시스템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왜 진실은 가려져 있고 남겨진 사람들이 서로 싸워야 하는가. 말도 안 되는 것 아닌가. GV에 영화에 출연했던 주요 5인 중 4인이 참석했는데, 영화의 연장과도 같았다. 그들의 한 마디는 '잊지 말아달라' 이것이었다.

3.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너의 이름은>은 이상하게 꽂혀서 부천에서 일요일 10:30에 상영하는 걸 보기 위해, 광클 해서 예매에 성공한 후 양수리에서부터 차를 몰고 그 새벽에 달려갔다. 극장에는 이미 덕후들이 만연해있었다(그런데 나도 이쯤 되면 세미 덕후인가). 내 옆에 앉은 관객은 영화 상영 중 가사가 있는 노래가 몇 번 나오는 데, 그걸 다 따라부르더라! 소리는 안 냈지만 입을 크게 벙긋거리며 따라부르는 데 좀 거슬릴 정도였지만 그래도 어쩌냐.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다.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아름다운 작화, 그리고 광원 효과의 화려함은 살짝 노멀해진 것 같지만(그래도 여전히 화려하고 아름답다), 10대의 로맨스와 또 하나의 거대한 사건 두 개를 기가 막히게 병치시키며 둘 다 성공하고 있다. 그러니까 보면서 막 애절하고 풋풋하고 코믹하고 그런데 또 다른 플롯에서는 긴장감 넘치고 스릴있고 이야기의 쾌감이 느껴지는. 게다가 이 모든 게 끝난 후 엔딩도 완벽했다. 신카이 마코토의 전작들에서 일관됐던 아련함이 아닌 확실한 엔딩. 내년 1월 개봉인데, 가급적 많은 정보 없이 보는 것을 추천한다.
by nixon | 2016/10/27 13:42 | 잡담 | 트랙백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