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반말을 해야 한다
사람 관계
1.
큰 이유는 없지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마찬가지로 큰 이유는 없지만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가끔 그들을 볼때면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도 굉장히 어색하게 받을 뿐이다. 나 너 무척 싫거든, 알아줬으면 해. 이런 말을 온 몸으로 한다. 오늘은 일 관계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야했다. 그냥 오랜만에 만나는 옛 동료로 생각하며 인사를 먼저 건넸고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바로 헤어졌다. 별거 아니지만 나로선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만하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사람 관계.

2.
회사에 슬슬 젊은 사람들이 들어온다. 20대 후반. 나이 든 사람들은 늘 그들과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없고 오히려 새로우며 호감을 갖고 동료처럼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 입장에서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늘 망설여진다. 과연 그들은 내 말에 웃는 게 진심인가, 내 호의를 계산 없이 받는가, 내가 보여주는 호감을 별뜻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음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어색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걸 대놓고 말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겠지 나도 그랬으니. 지금 내가 작년에 정년으로 나가신 분과 개인적인 친분으로 사적으로 즐겁게 놀 수가 있나. 아무리 취향이 맞아도 두꺼운 벽은 어쩔 수가 없다. 나라고 특별한 중년일리가 없다. 그런 그들과 예전에 방탈출 카페를 가고 그런건 이무래도 엄청난 실수였던 것 같다. 물론 그쪽에서도 스스럼없는 (그런 온도의) 호감을 나에게도 보인다면 살짝 사적인 교류도 가능하겠지만 부담과 어색함의 온도를 느끼게 된다면 그 순간 바로 접어야지. 말도 통하고 취향도 맞는다고 젊디젊은 친구와 친하게 지내보려했던 내가 무리수였다. 사람 관계 속에서 내가 위에 있기때문에 조심하고 각성해야할 것이 자꾸 늘어난다.

3.
이런 와중에 예전에 술을 자주 마셨던 나름 친했던 상사에게 넌지시 메시지가 왔다. 오늘 여차저차 술 먹을 일이 있는데 시간 있느냐. 선약이 있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요즘 그 상사가 주로 술 같이 먹는 부하직원이 있는데 왜 날 콜 했을꼬, 생각해보니 그 직원이 오늘 출장인거라. 뭐야 난 대타였던거네 하며 이건 정말 별 것도 이닌 건데 1, 2가 쌓이다보니 이것도 기분이 그냥 그랬다.

4.
얼마 전 성수동에서 부어라마셔라 하며 재미있게 놀았던 멤버들과 오늘 을지로에서 만났는데 그래서인가 재미도 없고 피곤하고. 티 안내려고 애쓰는 거 힘들었는데 다 눈치챘겠지. 쟤 오늘 울이 많은가보다. 하면서.
by nixon | 2016/10/12 23:06 | 잡담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by 랑새 at 2016/10/13 10:22
나도, 귀여운(?) 신입에게 스스럼 없이 대하려다가 멈칫, 했던 기억이 있다. 저 아이에게도 나의 스스럼 없음이 스스럼 없을까. 돌이켜보니 내가 막내 시절에 7-8살 연상의 선배들을 어마무시한, 심지어 약간 다른 '세대'라고 정의했던 기억이 떠 올라 그때부터 오히려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려고 신경쓰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무심함'이 서로에게 이로운 듯. 뭐 약간 씁쓸하지만 누굴 괴롭게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 (반말하니까 좋다. ㅋ)
Commented by nixon at 2016/10/13 13:04
맞다. 무심함이 서로에게 이로운 것 같다. 정답. 그리고 반말이 역시 맛.
Commented by nixon at 2016/10/13 13:14
하여간 2번 주제에 대해선 늘 공감해주는 감사한 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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