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반말을 해야 한다
영화 반응 소외감
약간 다른 두 가지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데...

1. 개봉 전 기대감에 막 부푼 영화가 있다. 그리고 시사회 등을 통해 언론과 평자, 얼리어답터들을 통해 거의 만장일치의 찬사를 얻어낸다. 그 이후... 어디선가 곰팡이처럼 솟아나는 불만들이 보인다. '나만 그런건가요?' 라는 단서를 깔면서 자신은 이 영화가 왜 이런 대접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자신만의 느낌을 적어내려간다. 혹은 말한다. 이건 세상의 다양성을 증명하는 그 사람의 건실한 비평일 수도 있고, 남들 다 좋다는데 나는 거기 휩쓸리고 싶지 않다는 약간의 삐딱선일 수도 있다. 그 둘이 적절한 조합으로 섞여있는 경우가 가장 흔하겠고. 이게 가장 일반적인 케이스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솟아나는 곰팡이들은 몹쓸 존재요, 내가 별 관심없는 영화에 대해 솟아나는 곰팡이들은 낄낄 웃으며 습기를 툭툭 던져주는 편이다. 이런 입장에서 봤을 때, 요즘 희한한 것은 <다크 나이트>다.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이상하게 오래전부터 형성되었다. 난 그 '형성'을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뭐 그리? 배트맨이란 캐릭터가 뭐 그리? 난 아직 보지 못했던 <배트맨 비긴즈>가 그렇게 좋았나? 그 후. 히스 레저가 죽은 후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은 더 고조된다. 그건 이해가 되나 그의 사망 전부터 꾸준하고 당연하다는 듯 형성된 이 영화에 대한 견고한 기대감은 난 왜 그런지 아직 모른다. 이런 영화들이 물론 있다. 그리고 그런 영화들은 기대와 현실이 항상 일치되는 것은 아니라서 개봉 후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 내가 위에서 언급한 그 수순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또 다시 희한한 것은 <다크 나이트>. 이 영화에 대한 일반 관객들의 믿음과 기대는 정말 견고하다. 난 이 영화에 대한 곰팡이 반응을 절대 보지 못할 것 같다. 난 그걸 기다리고 있는데... 난 배트맨은 별로 관심이 없거든. 물론 보고나서 '이건 최고.' 이럴 수도 있지만 아직은 그렇다. 그럼 나같이 배트맨에 별 관심 없는 사람도 개봉 안된 마당에 많지 않을라나? 어째 이 영화에는 곰팡이가 상상도 되지 않을까. 거참 희한하다. 하여간 지금 공기는 그렇다. 청정하다.

2. 많은 사람들과 내 의견이 사뭇 다를 때. 난 내 의견을 믿으며 자부심을 갖고 내 다름을 피력할 수도 있고, 그 믿음이 간혹 자신 없을 때는 나를 의심하며 다수의 의견을 경청하기도 한다. 단어가 좋아 경청이지 얇은 귀 팔랑거린다는 소리다. 그런데 당혹스러운 것 하나는 사람들이 백이면 백 모두 좋고 걸작이라는 영화가 도통 나는 이해가 되지 않을 때. 그 영화가 너무 어려워서 이해안된다는건 아니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 영화가 별로일 때,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왜 이 영화를 좋아하는지를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난 별로라고 말한다. 그들의 심정을 알고 있으니 서로 의견이 달라도 힘들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영화의 경우는 다른 사람이 그 영화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를 난 정말 모르겠다는 것. 그냥 평이한 영화 아니었나...? 그냥저냥 재미있는 수많은 영화들 중 하나 아니었나? 그런데 왜 모든 사람들이 그 시리즈 중 딱 그 한 편을 꼽으며 걸작이라고들 하지? 내가 그들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기 위해선 내 스스로 뭔가 의견이 서야 하거늘, 그런 의견도 없고 그냥 나에겐 재미있는 평이한 영화. 하지만 많은 이들에겐 그게 걸작. 이럴 때가 가장 난감하다. 그러니 말나온 김에 하나 묻자. <제국의 역습>을 난 두 번 봤다. 어렸을 때 TV에서, 그리고 DVD를 통해서 한 번 더. 하지만 여전히 모르겠다는거다. 이 영화가 특출난 걸작이라는 증거는 어디에 있는건가? 나 쪽팔릴 준비를 해놓겠다.
by nixon | 2008/07/24 09:43 | 잡담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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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igression at 2008/07/24 10:53
1. 팀버튼 배트맨리턴즈만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 다크나이트에 관해서는 닉슨이 한 얘기에 조목조목 모두 같은 생각이다.
'이 영화에 대한 일반 관객들의 믿음과 기대는 정말 견고하다'라는 닉슨의 말에 무릎을 쳤다. 물론 개봉전에 그런 기대가 형성되는 영화들은 가끔 있지만 (한국에서 괴물이 그랬겠지) 이번 경우에는 나도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이해를 못 하고 있다. 결국 배트맨비긴즈를 많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좋게 봤다는 것이 유일한 논리적인 답변이 될 것 같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나 보고도 별로 감흥을 받지 못한 나같은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고(영화에 힘은 있었는데 너무 힘이 들어가있고 무엇보다 드라마의 리듬감이 좋지 않았다) .

2. 나는 스타워즈 광팬이다. 당연히 새로운희망과 제국의역습을 엄청 좋아한다. 평생 가장 좋아하는 영화 다섯손가락에 들어갈거다. 하지만 그만큼의 걸작인가? 애정과 미적 평가는 구별해야겠지.
Commented by 속임수 at 2008/07/24 11:11
리플을 다 달고 나갈려니 무조건 반말해야한다는 글이 보이더군. 그래서 다시.

1. 다크나이트는 아무래도 그 마케팅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지. 기존의 조커와는 전혀 다른(물론 팀버튼 시절의 잭니콜슨 버전과) 조커의 이미지. 그리고 폭력적이지만 그만큼 폭발적인 광기가 잘 드러난 트레일러. 이 정도에서 어느정도 영화팬 사이에서 기대감이 형성되다가 히스레저의 죽음과 함께 일반 대중에까지 기대가 퍼져버렸지.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이 이 상황이 온전히 영화의 매력때문이 아니라는 것에는 동의.

2.<제국의 역습>이 걸작이라고는 못하겠지만, 최고의 오락영화라는데는 별 이견이 없다. 전 21세기에 이 영화를 봤는데 그래도 즐겁고 손에 땀을 쥐게되더군.
Commented by nixon at 2008/07/24 11:13
<제국의 역습>에 대해선 걸작이라기보다 너무나 재미있는 영화인건가? 나에게 있어 <빽 투 더 퓨쳐>와 같은.
Commented by digression at 2008/07/24 11:24
nixon / 분명 제국의 역습은 순 오락영화로 치부하기엔 분위기가 꽤 어둡고 반전도 충격적이고 드라마도 잘 짜여져 있고.. 등등. 하지만 상업영화 장르에서는 어떤 쪽으로 평소 기대감이 너무 낮다보니 웬만한 수준의 드라마만 만들어주면 지나치게 감탄하고 칭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Commented at 2008/07/24 12: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은사자 at 2008/07/24 12:49
일단 보고나서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나는 이 영화 처음 볼 때 좀 삐뚤어진 마음으로 "히스 레저 거품일꺼야"라고 좀 관대하지 못한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히스 레저 연기 보면서도 조니뎁 벤치마킹이야..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영화시작전부터 있었다) 영화가 너무 좋아 좀 놀랬다. 마케팅이야 메이저 영화치고 이 정도 안하는 영화도 없고, 또 영화가 받혀주지 않으면 개봉 일주일부터 서서히 바닥도 보이고 비판도 보일텐데 이 모두 "대단" 하고 외치는, 비판이라고 한다면 "생각보다 별로" 정도인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히스 레저의 죽음이 겹치지 않았어도 충분히 이정도의 흥행과 찬사를 받았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죽음이 더 아쉽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은. 여태까지 그의 영화들이 흥행-비평 면에서 꾸준히 선방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믿음이 생긴 것 같다. 나 역시 그는 몇 안되는 재능있는 감독 중 하나라고 생각해왔고. 너무 청정한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영화 그대로 지나치면 후회할 지도 모른다. 일단 밑져야 본전이니까 한번 볼 것을 슬쩍 추천한다. (나는 매트릭스를 극장에서 해 줄 때 안 본걸 좀 후회한다) 국장님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볼까가 궁금한 내 사심도 조금 섞여있는 추천이었다.
Commented by Soundwave at 2008/07/24 15:15
인터넷의 발달이 한 몫 했다고 본다. 이번 다크나이트의 바이럴 마케팅은 혀를 내두를 수준이었고, 이게 우리나라에도 제법 많이 소개가 되었거든. 덕분에 제대로된 트레일러 하나 없을 때 부터 여기저기서 떠들기 시작했고, 그게 꽤 많이 먹혀들어갔다. 이후 나온 트레일러는 그런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고 어쩌고 저쩌고. 거기가 북미 기자 시사회에서 이보다 좋을 수 없는 평이 나왔고, 개봉하고 나서는 전미 개봉 첫 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지. 빵빵한 배우진, 좋은 감독, 비교적 호평받은 전작->대박마케팅->멋진트레일러->비평가들의 호평->북미 흥행 대박... 이 정도면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Commented by 염맨 at 2008/07/24 16:22
너무나 재미있다는 맥락에서도 <제국의 역습>과 <빽 투더 퓨쳐>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빽 투더 퓨쳐>는 그야말로 만듦새가 끝내주어 이야기 자체에서 오는 영화적 쾌감이 있지만 <제국의 역습>의 재미는 이야기가 잘 만들어진 데서 오는게 아니라 은하계 하나를 아우르는 거대한 세계관에다 그야말로 원형적인 신화적 이야기가 어울려서, 영화 외적인 데서부터 어떤 에너지를 가져오는 듯한 느낌.
Commented by 염맨 at 2008/07/24 16:23
그리고 <제국의 역습>을 영화적, 혹은 예술적인 의미에서 '걸작'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보다는 '우리 모두 함께 좋아하는 영화' 정도의 의미로 느껴진달까?
Commented by 환자 at 2008/07/24 16:24
나도 그럴 때가 많다. 스타워즈는 프리퀄도, 옛날 그것도 무척 지겹게 봤다. 다만 제국의 역습은 그나마 재미있게 봤지만 명작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 이런 입장으로 인해 가장 난감했던 때는 왕의 남자가 개봉했을 무렵이었다. 친구들에게 왕의 남자가 별로라는 말 꺼냈다가 얼마나 털렸는지... 그런 풍의 이야기는 소주 한잔과 더불어 털어 놓아야 하는 걸까 하는 묘한 의문이 일어나던 때였다.

그건 그렇고 반말 블로그라니, 같은 반말 블로거로서 정말 반갑다. 근데 내 블로그는 이상하게 반말로 댓글 달아주는 사람들이 매우 드물다. 그래서 그런걸까. 위의 ver.beta 로고 아래에 있는 무조건 반말을 해야 한다는 선언이 자뭇 충격적이다. 이렇게 활발한 반말 블로그라니. 이게 언어의 힘이라는 건가. 나도 따라해도 되나 묻고 싶다.
Commented by nixon at 2008/07/24 16:57
따라해라.
Commented by 메구 at 2008/07/24 16:30
나도 뚜껑 열어봐야 안다에 한표 건다.
사실 내 안의 배트맨 시리즈는 팀버튼 이후 죽었기 때문에 별 기대는 안감. -_-;;;;

나의 비슷한 경험이라면
반지의 제왕이었다.
좋아 죽고 원정대의 경우에는 극장에서반 열번을 반복해 봤지만
어디가서 이 영화가 걸작이란 소리는 때려죽여도 못하겠더라.
그래서 아직도 판타지 영화의 최고봉이니 영상미학이니 따위 소릴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Commented at 2008/07/25 02:3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이런저런 at 2008/07/25 12:40
초기, 작품성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로 모두들 애정을 강하게 느낀다->그 애정의 표현으로 '걸작'운운을 한다->다들 걸작걸작 하니까 어느새 미적으로도 걸작이라는 평이 통용된다

뭐 이런 과정이 아닐까..
Commented by ~_~ at 2008/07/25 18:20
반말만 되는가? 반:말도 되는가?
Commented by nixon at 2008/07/26 01:15
반말만 되는거다.
Commented by 우가 at 2008/07/26 03:10
아직 삐딱한 반응들이 안 보이는 건 한국에서 아직 개봉을 안해서겠지. 개봉 뒤에는 "저만 그런 건가요.."로 시작하는 반응들이 있을 거라는 데 100 원 건다. 모두에게 다 좋은 건 없는 법이니.
Commented by rururara at 2008/07/27 02:50
마케팅에 휘둘리지 않는 자신들만의 방안을 갖추는게 중요하다. 그 방안을 뭐 갖추기 귀찮다면, 남들이 그런거 같다 하면 우- 우- 하면서 따라가는게 더 살아남는데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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