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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회사에서 쓴 것 2원 포스트.
공포영화 하면 방귀좀 뀐다는 애호가들에게 클라이브 바커를 외치면 <헬레이저>가 자동으로 튀어나오게 되어있다. 하지만 그가 영화만 만든 것은 아니었으니, 그는 자신의 영화만큼이나 무시무시한 책을 쓰기도 했다. 이름하며 <피의 책>. 2000년 국내에도 출간되었으나 신속하지 못했던 많은 팬들의 눈물을 뒤로 하고 빠른시일 내에 절판되어버린 전설의 책이기도 하다. 공포 단편 모음집인데, 프롤로그격인 '피의 책' 바로 다음 이야기가 '한밤의 식육열차', 원제로는 'Midnight Meat Train' 이다. 요즘 한창 예고편이 떠돌아다니는 그 영화의 원작이 맞다. 뉴욕이라는 도시. 그 지하를 거미줄처럼 질주하는 지하철. 썩은 쥐가 레일 위에 내장을 드러내고 누워있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불결함. 그리고 24시간 운행. 그 지하철을 무대로 사방팔방 날뛰는 연쇄살인범이 있다는 설정은 무척이나 당연해보인다. 수십년간 뉴욕 지하철에서는 사람을 도축한 것 같은 살인사건이 벌어져왔고, 그건 마치 도시괴담처럼 뉴욕 지상세계에 떠돈다. 발견된 시체는 지하철에 거꾸로 매달려 있으며 입고 있던 옷은 모두 각각의 비닐팩에 단정하게 개켜져 있고, 매달린 사람의 체모는 매우 섬세하게 제거되어있다는 비주얼. 이런 시체가 건들건들 흔들린 채 질주한다고 생각해보라. 바로 이런 도시전설을 주인공 카우프만이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날. 똑똑히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멍청하고 당연하게도) 도살자 마호가니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켜버린다. 이야기의 구조에서 오는 섬뜩함보다는 문장 하나하나에서 묘사되는, 그 묘사로 인해 바로 눈 앞에 그려지는 무시무시한 비주얼이 클라이브 바커의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 매력이다. 40여페이지의 짧은 이야기인만큼 그의 이런 전략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니까 이 책을 즐기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책을 읽는 동시에 자신만의 뉴욕 지하철을 머리 속에 그려라. 거기 다녀온 적 있는 사람도 나름대로 다시 그리는게 좋다. 색도 칠하고 주인공도 나름대로 만들어봐라. 음향효과는... 그다지 필요치 않다. 작곡에 재능없는 당신, 그냥 그림만 그리도록 하자. 그런 다음 클라이브 바커가 이끄는대로 여백을 채워나가면 된다. 매달린 시체에서 허옇게 드러난 척추라던지, 거꾸로 매달린 시체에서 쏟아져나온 피의 양동이랄지 하는 것 말이다. 그런 섬세한 시각 묘사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면 오늘 밤 당신은 뉴욕의 어느 지하철에 앉아있고, 거대한 도축용 칼을 든 마호가니가 자신의 목을 내려치는 꿈을 꾸게 될지도 모른다. 꽤 괜찮은 체험 아니겠나? 여름에 뭐하나. 이런 꿈이나 꾸지. 이 이야기를 <버수스>와 <소녀 검객 아즈미>로 이름을 날린 일본 감독 기타무라 류헤이가 영화화했다. 미국에서는 8월1일, 한국에서는 2주 후인 14일 개봉 예정이다. 단편소설을 장편영화로 각색한만큼 예고편만 봐도 몇몇 설정이 달라져있음을 알 수 있다. 소설에서는 카우프만과 마호가니의 단 한 번 만남이 내용의 전부가 되나 영화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살육의 현장을 보여주고 주인공도 그만큼 수많은 도주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과연 이 영화가 원작의 결말을 따르게 될런지... 대단히 기분나쁘고 초현실적인, 습하고 무시무시하며 다분히 문학적인 원작의 결말이 과연 영화화될 수 있을까. 영화는 그걸 포기하고 단지 지하철 안에서의 살육과 쫓고 쫓김을 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해하면서 혹시나... 기대하게 된다. 필자가 위에서 제시한 방법으로 이 책을 읽어 나갔을 때 또 하나의 뜨악한 단편이 나올텐데 그건 '언덕에, 도시가'다. 나름 공포소설을 즐기는 필자에게도 스티븐 킹의 중편 '사라진 도서관'과 함께 압도적으로 무서웠던 소설이다. <피의 책>은 얼마 전 신판이 출간된 듯 하니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다. 읽고, 오늘 밤 악몽을 꾸기 바란다. [출처] [KMDb 초이스] 피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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