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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태어나 한참을 살다가, 한국에 와서도 한참을 살고 지금은 다시 뉴욕에 살고 있는, 그러니까 영어와 한국어 모두 능통한 젊은 한국인(맞나? 아무튼 한국계)이 쓴 뉴욕에 대한 에세이다. 이 책을 읽으면 영어실력이 부쩍 향상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고, 다만 작년 가을 점을 찍듯이 36시간 동안 뉴욕에 체류하면서 별로 없던 그 도시에 대한 관심이 부쩍 생겼고, 그래서 그 도시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내 기대와 마찬가지로 <뉴욕을 알면 영어가 보인다>는 제목과는 달리 '영어'를 빼고 그냥 뉴욕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런데 그 보여줌의 세심함과 세밀함, 그리고 정보의 질이 퍽 괜찮아서 추천할만 하다. 뉴욕에 대한 어느 정도의 동경이 있다던가, 그 곳을 무작정 알고 싶다던가, 심지어 뉴욕 여행 계획을 짜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좋은 도시 가이드북이다. 단 저자가 젊은 사람이고, 저자가 도시를 보는 시선도 젊기 때문에 이 책이 나이를 막론하고 추천될 수 있는 도시 지침서는 아니다. 20~30대 정도의 젊은 사람들이라면 딱 좋은 대상이 된다. 책의 형식은 앙드레 김이 "오우, 그러니까 오늘 의상이 참 엘레강스 하고 퍼펙스 하시네요" 라고 말하듯, 에세이 문장 사이사이에 그에 걸맞는 영어 단어를 삽입하는 식이다. 예를 들자면 '맨하탄의 가장 큰 appeal(매력)은 그 어떠한 미국 도시보다 각 region(지역)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데 있다' 이런거다. 처음엔 정말로 앙드레 김이 생각나 우습기도 했는데, 차츰 적응이 되기도 하고, 나름 효과적이기도 하다. 뭐에 효과적이냐면, 내가 이 단어마저 까먹고 있었구나, 라는 자각과 질책, 그로 인한 영어공부에 대한 향학열. 고로 나처럼 미국 출장길에서 내 영어실력에 좌절한 많은 이들에게는 한 번 더 영어공부의 충동질을 할 수 있는 책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시작 역할을 한다는게 얼마나 중요한건데. 또 하나, '현재' '뉴욕'에서 사용하는 단어와 짧은 표현들의 지식들도 무시는 못한다. 각 에세이가 끝난 다음, 상황에 맞는 대화 방법이나 그에 따른 상식들, 영어어휘에 대한 복습은 그 어휘가 아무리 쉬운 것들이라 해도 한번쯤 눈여겨 읽어볼만 하다. 책 초반 너무 쉬운 어휘로 자만심에 빠질 때 즈음... 난 뒤로 갈수록 이게 이거였었군, 하는 것들이 자주 출몰하더라니까. 좀 창피한걸수도. 글의 질은 정보 전달면에서 탁월하다. 그리고 글 전반에 흐르는 유머는 꽤 미국식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연스럽고 괜찮으며 제법 즐겁다. 다만 자뻑성 글쓰기도 보이는데, 이게 당당한 진심인지, 글 전반에 흐른다는 유머와 일맥상통하는건지는 잘 모르겠더라. 그러나 귀엽게 보고 넘어갈만 하다. 다시 정보 전달에 대한 이야기. 작가는 뉴욕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리고 너희들이 이런 것들 궁금해하지 않을까? 라는 것들을 아주 잘 짚어낸다. 뉴욕의 로맨틱한 장소들에 대한 추천, 박물관 이야기, 뉴욕의 거리 음식, 뉴요커들만 아는 알뜰 쇼핑정보부터 시작해 뉴욕의 문화와 짧은 역사, 뉴요커들의 관습,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 음식 등등 그들의 생활을 거시적이 아닌 세심하게 파고들어 독자들이 뉴욕에 대한 퍼즐을 맞춰나갈 수 있게 한다. 물론 이 책으로 인해 뉴욕에 대한 모든 직소퍼즐이 다 맞춰지는건 아니겠지. 하지만 그 누구도 주지 않았던 뉴욕의 조각들을 많이 주는 것도 바로 이 책이다. 바로 이게 내가 생각하는 <뉴욕을 알면 영어가 보인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아주 잠시 머물렀었지만, 이 책을 읽고있자니 숙소가 있던 브루클린의 베드포드(? 윌리엄스버그였던가? 지하철역은 베드포드역이었는데...) 지역도 생각나고, 정말 복잡했던 맨하탄의 지하철도 생각나고, 영화에서만 보던 바로 그 센트럴 파크에 발을 디딘 순간도 생각나고, 모마와 링컨센터도 생각나더라. 그러고보니... 이 책은 뉴욕을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책일지도 모르겠군. 책의 편집 디자인은 훌륭하고, 판형도 들고다니며 읽기 좋다. PS: 좀 아쉬웠던 것은 첼시마켓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던 것. 저자가 음식에도 관심이 있다기에 그 곳 이야기를 생생하게 읽고 싶었건만. 난 문 닫은 시간에 도착해 그 많은 빵집들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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