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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생활 속의 스릴을 만들어왔던 나. 바다를 건넌다고 달라지지 않았다. 로체스터에서 지루한 며칠을 보낸 후 단 하루의 뉴욕 체류를 위해 (지금이 그 단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다.) 어제 밤 JFK에 도착했다. 디트로이트에 처음 도착했을 때 4단계던가 5단계의 짜증스러운 입국심사를 한 번 거치니 JFK에서 내리는 건 왜 이리 싱거운건지. 버스처럼 내리니까 바로 앞에 '밖'이 있더라.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동행했던 동료가 다소 피곤해 하는 것 같아 한인택시를 불러 숙소로 향했다. 이 곳은 부르클린. (부루클린이야 부르클린이야 이거 갑자기 헛갈.) 숙소 테라스에서 내가 내내 동경했던 맨하탄의 마천루가 보인다. 아주 좋다. 그리소 그 시간 10시 30분 정도? 체크인을 하고, 바로 링컨센터의 월터리드극장으로 향했다. 이 동네 엄청 복작복작하더구만. 뉴욕 지하철은 왜 이렇게 지저분한건지. 왜 이리 사람들이 다양한거야. 나 원 참. 같은 미국이라도 로체스터와는 극과 극을 보여주는 것 같더라.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L선을 타고 가다 1선을 타기 위해 14st 역에서 내렸다. 거기서 1선 전철을 기다리는데 왜 이리 안오는건가. 여기서 첫번째 돌발상황. 플랫폼 기둥을 보니 '바뀐 것'이라면서 업타운으로 향하는 1선 전철은 다운타운쪽 플랫폼에 선다는 이야기였다. 나 원 참. 뉴욕에 온지 1~2시간밖에 안됐는데 업타운은 뭐며 다운타운은 어딘가. 그냥 지도상의 '위'가 업이라고 당연히 생각. 플랫폼을 바꿔서 전철을 탔다. 과연 다운타운쪽으로 향하던 전철이 14st역을 기점으로 다시 역주행 하더라. 뉴욕 사람들도 우왕좌왕 하더라니 내가 제대로 탄게 다행이다. 그런데 이 전철 왜 이리 출발이 더딘건지. 결국 12시(자정) 3~4분 전 쯤에 링컨센터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링컨센터라 하면 홈페이지를 통해 본게 전부이거늘, (그런데 이 동네 책방은 자정까지 하나? 링컨센터 앞의 책방, 여전히 활황이데.) 땅 위로 올라간다고 금방 찾을 수 있을까나. 여기서 두 번째 난관. 링컨센터가 일부 공사중이더만? 좀 주의를 했어야 했는데, 지도만 보고 월터리드극장을 찾아 건물 왼편으로 뛰었다. 뛰다뛰다 너무 뛰어서... 링컨센터를 한참이나 벗어났다. 다시 돌아와 링컨센터 경비쯤으로 보이는 아저씨에게 헥헥거리며 내 예매 종이를 들이대고 이 영화 하는 극장이 어디냐고 (그 때는 또 월터리드라는 명칭을 몰랐더랬다.) 그 아저씨가 당연하게 어떤 극장이냐고 묻자 난 I don't know. theater spell starting W 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헥헥거리며 늘어놨고, 아저씨가 갑자기 '여길거야!'라는 외침과 함께 안내하신 곳으로 뛰었다. 거긴 건물 안을 통과 해 위로 올라가면 된다는 거였는데, 그래... 위로 올라갔다. 밖에 월터리드극장으로 보이는 공간도 있고 사람들도 보이는데 아풀싸. 나가는 문이 잠겼다. 배경음악은 피날레 분위기에서 다시 경박한 긴박모드로 급전환.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 나와 closed! lock!을 외치니 저리로 돌아가면 된다고. 아까 공사중이라고 말했지? 다시 건물 전체를 완전히 돌아... 뛰어... 월터리드극장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달리며 든 생각은 이거 하나였다. 이 영화 볼 수 있다면 당분간 절대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되겠군. 그에 상응하는 좋은 영화여야 할텐데. 티켓박스에서 '영화 시작한지 좀 지났으니 입장이 불가능 합니다' 라고 말하면 비명을 지르며 말할 두 문장의 대사를 머리 속으로 만들어 놓은 다음 티켓박스 유리에 내 예매내역 종이를 척 붙이고 표 달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아무말 없이 주더라. 받았다. 그리고 다시 엉뚱한 곳으로 진입. 경비 아저씨에게 혼난 다음 제대로 된 극장으로 들어갔다. 표를 내고 딱 들어가니, 이건 자리 번호가 없는거였잖아? 이미 꽉 찬 객석. 영화는 다행히도! 이제 딱 시작했다. 내가 들어서는 순간, 페이드 아웃 상태에서 영화의 시작을 위한 페이드 인으로 진입하고 있더라. 난 그렇게 미친듯이 첫 뉴욕의 거리를 달려 땀을 비오듯이 흘리고 온 몸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열기를 참아내며 객석 뒤에 서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이 영화 재미없으면 정말 낭패로세. 그렇게 영화를 보다가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자리를 매처럼 좇아 앉았다. 영화는? 최고였다. 정말 최고. 올해 본 다른 영화들이 갑자기 희미해졌다. 간단히 말하자면 대단히 무섭고 대단히 슬픈 영화다. 영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영화제가 그렇듯 영화가 끝난 후에 박수가 터지는데, 영화가 막 끝난 다음에 큰 박수, 그리고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다음에 객석에 불이 들어올 때 또 큰 박수가 있었다. 나도 아낌 없는 박수를 던지며 (이 어려운 상황에서 본 영화가 좋아 정말 다행이라는 뿌듯함과 함께) 일어섰는데, 사람들이 뒤를 보더라. 이런. 객석 뒤에 감독이 와 있는게 아닌가. 감독은 아주 작고 수줍게 생긴 얌전한 스페인 청년인 모양이다. 사람들의 큰 박수를 들으며 어쩔 줄을 몰라하더라. 그렇게 사람들은 감독을 향해 절반 기립박수를 던졌다. 나 역시 그랬고. 감독 옆의 동행인 여자는 쑥쓰러워서 어쩔 줄 모르는 감독의 손을 높이 치켜 올려주었다. 아 그 광경까지. 참 기분이 좋더군. 그렇게 새벽 2시. 다시 부루클린으로 향했다. 24시간 운행이라는 뉴욕전철은 여전히 지저분했고, 사람들은 그 시간까지 엄청 많았으며, 대단히 배차시간이 굼떴다. 덕분에 3시가 거의 다 된 시간에 숙소에 도착했고. 아주 기분 좋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이 후의 자세한 이야기 역시 나중에. 참! 내가 본 영화가 무슨 영화인지도 적지 않았구나! 이런 세상에. 이거였다. 여기서도 보고 싶다고 말한 바 있었고. PS: 어쩐지 이상하다 했더니 '브루클린'이었군. 앞을 '부'로 시작하니 뭔 짓을 해도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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