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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래 나도 봤다.
2. 기대치가 워낙 낮아서였나. 나름 재미있게 봤다. 그러나 영화 역시 엉성하다. 3. 편집은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할리우드 스탭이 했다. 과거 장면에서는 연기자들의 부족한 연기력, 무리 있는 설정, 조선시대와 브라퀴라는 게임 캐릭터스러운 피조물과의 괴리감 등등의 어색함을 빠른 편집으로 만회해보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몇몇 장면은 대단히 빨리 휙휙 넘어가는데, 그런만큼 (그러니까 그런 편집을 의도하지 않고 촬영된 것인지) 촬영 분량이 모자라 퉁퉁퉁 장면 장면이 뛰어다니는 게 눈에 보인다. 편집이 안좋다고들 하는데, 난 반대로 확보된 촬영분량 속에서 편집자가 선방한거라고 생각했다. 4. 조선시대는 편집때문인지 그렇게까지 최악이지 않았다. 그리고 많이 분량을 줄인 것도 같더군. 다만, KMDb에서도 그 존재를 찾을 수 없는 조선시대 두 남녀 주인공들의 연기가 꽤 좋지 않았다. 그들의 긴 대사를 모두 제거하고 빨리빨리 돌린 탓에 그나마 볼만 했을 듯. 부천도사의 민지환은 이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아시는 분? http://kmdb.or.kr/actor/mm_basic.asp?person_id=00000264 그리고 제발, 그 도사 분장은 어떻게 할 수 없나? 5. 이야기는 이 정도면 별 무리 없지 않나? 전설이 하나 있다. 500년 마다 한 번 악 이무기와 선 이무기가 여의주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데, 그 여의주가 악 이무기에 넘어가면 지구가 망한다. 선 이무기에 넘어가도록 해야 한다. 그 여의주는 사람이다. 조선시대에 한 번 여의주 쟁탈전이 실패하고 500년 후 미국으로 그 쟁탈전은 장을 바꾼다. 자신의 운명을 어렴풋이 알아가는 두 남녀 젊은이가 있으니, 이들이 악 이무기로부터 피해 선 이무기에게 여의주를 전달하는 모험을 벌인다. 악 이무기를 추종하는 세력이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겨우 도망친 주인공들은 어찌어찌 악 이무기 팀에 잡힌다.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나 싶을 때 선 이무기가 나타나 악 이무기를 물리치고 여의주를 받아 승천한다. 무리 없는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시각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블럭버스터의 경우 기둥 이야기는 뭐 그냥 평이하게 잡아도 괜찮다. 여태까지 걸작이라는 <터미네이터>도 이런 식으로 요약할 수 있는 영화 아닌가. 6. 하지만 문제가 되는 건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과 디테일이 되겠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기 힘들 정도로 기둥 줄거리 속에서 이야기는 진행되는데 묘하게 지루하고 졸리다. 너무 예측이 가능한채로 단선 진행되는 단순함이 그 이유일 수도 있겠고, 또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겠지. 부천도사가 변신하고 도움을 주는 장면은 둘 다 너무 느닷없고 우연성이 심한데, 아무리 부천도사의 도움이라지만 좀 더 와닿는 설득력있는 방식이었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이상하게 주인공들이 다 매가리가 없어 보이는 것도 지루했던 이유 중 하나일지 모른다. 이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7. 그 유명한 시가전에 들어서면 확실히 영화는 볼만 해진다. 박진감도 넘치고. 빌딩을 감고 올라가는 이무기의 장면은 꽤 괜찮고, 빌딩 가득 익룡 비슷한 괴물이 붙어있던 장면도 비주얼 훌륭하고, 심지어 섬뜩함도 주고 있다. 이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공포를 챙겨 간 장면이다. 그 장면은 훌륭! 그리고 공중전에서 헬기와의 전투랄까 하는 것도 좋았고. 아, 무엇보다 부라퀴 군대의 거대한 괴물(포를 등에 매달고 다니던)이 도로를 행진할 때, 도로 표지판이 부딪혀 찌그러지는 장면의 디테일은 좋았다. 이야기에 대한 디테일도 이렇게 공을 들였다면 얼마나 좋았겠노 말이다. 그런데 여전히 이상한 것. 박진감은 있는데, 긴장은 되지 않았다. 공포도 적었고. 이를테면 <다이하드 4.0>에서 터널 장면은 참 공포스럽고 긴장감 철철이었는데, 그런 기분은 없었다는거다. 8. 하일라이트라 하는 악 이무기와 선 이무기의 싸움은 배경이 워낙 초현실적이어선가 영화라기 보다는 애니메이션으로 보이더라. 9. 선 이무기가 여의주를 물고 용이 되었을 때, 생각해보니 동양 용을 영화 속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더라. 그리고 구현된 그걸 보니 제법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10. D모 게시판에서 제기된 문제인데 정말 주인공 남자는 어떻게 집에 가나. 11. 마지막 심형래의 인간극장 자막은 물론 없어야 한다. 그런데 그 자막이 이 영화를 보는 태도에 따라 뭉클하게도 받아들일 수 있겠더라. 다른 사람들에겐 턱! 하고 저항감이 생길 수도 있겠고. 다 떠나서, 영화를 통해 인정받고 싶었다면 그 대목은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12. 300억 제작비 중 과감하게 5억만 떼어서 1급 시나리오 작가와 시나리오 닥터에게 맡겼다면 이보다 훨씬 좋은 블럭버스터가 나오지 않았을까?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받기도 힘들텐데 꼭 가야할 곳에 돈이 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수정을 해야할 것 같다는 충고에 영구아트쪽에서는 이게 심형래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에 손을 볼 수가 없다고 했다는데, 그게 정말이라면 심형래의 가장 큰 패착이 그것이다. 13. 내가 원하는 이상향은, 영구아트무비는 웨타나 디지털도메인(여기 아직 있나?) 같은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SF나 판타지를 영화로 만드는 데 있어 심형래보다 훨씬 재능 있는 감독들의 영화에 심형래가 기술을 제공하는 것. 아니면, 그러니까 기술회사에서 지금까지 커나간 픽사가 되고 싶은거라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에 있어 그야말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14. 다시 시가전 이야기. 이 시가전을 보고 있으면서 심형래와 그 스탭들이 참 수고했다는 생각도 동시에 했다. 이런 걸 자기 손으로 맨땅에 헤딩하면서 만들어냈다고 하니, 그 성과는 가히 알아줄 만 하다. 이런 성과마저 폄하할 생각은 없다. 15. 영화를 보면서 많은 영화들이 스치더라. <미라>, <에일리언>, <터미네이터> 등등등. 여러 가지 영화의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가지고 온 거겠지. 16. '이무기'라는 단어가 참 많이 나오는데, 외국 사람이 발음하기 편한 단어다. 계산된 거였다면 매우 잘 한거다. 17. 이 영화가 우리의 기술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강조하는 건 뭔가 이상하다. CG를 우리 기술로 했다는 건 그렇다고 쳐도 편집이나 음악, 사운드, 촬영 등 메인 기술팀은 모두 할리우드에서 공수 받았으니. 18. 결국 <디 워>는 태도의 영화다. 어떤 식으로 영화를 봐줄까 하는 선입견이 영화감상의 결과를 좌우한다. 난 여전히 이 영화를 정말 최고라며 추켜 세우는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일단 그렇게 보고자, 그러니까 심형래의 인간승리에 대한 호의로서 이 영화를 본다면 그렇게 봐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 든다. 그게 아닌데, 영화 자체만으로도 최고라면... 그건 모르겠다.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할 수밖에. 반대로, 심형래에 대한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그가 만들면 얼마나 만들겠어, 라는 식으로 극장에 들어오면 흠 잡을 것 투성이가 되는 것도 또 <디 워>다. 물론 모든 영화가 태도의 영화이며, 태도에 따라 영화 감상 결과가 달라지지만, 이 영화에선 유독 그 태도의 양 갈래가 극명하게 차이가 난게, 요즘 '사태'를 불러온게 아닐까 하는 나의 짧은 생각. 그럼 난 어떤 태도로 이 영화를 본거냐고? 음... 아주 중립은 불가능 한거고, 너무 흡집낼 필요는 없겠지? 재미있는 구석도 있지 않겠어? 하는 선에서, 동시에 심형래에 대한 전적인 신뢰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봤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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