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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이 있다. ㅇ모기관 사람은 물론 아니고, 같은 건물에 입주한 타사 사람인데 그 사람이 어디서 일하는지조차 난 모른다. 그런데도 자주 만난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는 일도 잦고, 화장실에서도 아주 자주 본다. 오늘만 해도 화장실에서 이 닦는데 그 사람이 들어왔다. 그냥 복도를 걷는데 지나치는 사람이 그 사람인 경우도 허다하다. 지하1층부터 4층까지 위치도 다양하다.
이건 너무 이상한데, 설상가상으로 인상도 별로 안좋은 사람인거라. 그래서 난 그 사람이 굉장히 땡땡이를 잘 치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런 안좋은 생각은 그 사람의 인상에서 기인하는 것도 있다. 얼마나 사무실 밖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길래 나랑 이렇게 자주 마주치나, 이런거지. 이 정도면 합리적인 생각이 아닐까 하는 찰나 만약 그 사람이 그렇게 땡땡이를 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럼 그 치는 날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곧바로 떠오른다. '또 보고야 말았군. 쟨 뭔데 오늘도 내가 화장실 들어간 때 거기서 이닦고 있는거야?' 했겠지. 사람의 생각은 늘 거기서 거기다. 이 사람도 똑같이 날 땡땡이 잘 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 사람에게 '난 땡땡이나 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냥 서로 땡땡이를 치는 것 같은 불량사원으로서 자주 만나는, 그런 사이로 마무리를 해야겠다. 몇년 전 여름, 태백에 다녀온 적이 있다. 쿨시네마 페스티벌도 있었고 해바라기도 볼 수 있었던 계절. 여름이라지만 불과 기온이 십 몇도에 불과한 곳이라 과시용 옥외 온도계가 있었던 곳. 기억이 좋아서 겨울에도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숙소는 태백산 민박촌. 여름에는 아주 운좋게 예약 없이 방을 잡았지만 이번 겨울에는 운에만 맡길 수 없어 예약을 하려 했다. 허나 내가 가고자 하는 날은 일찌감치 예약 완료였고, 수시로 웹사이트를 들락날락 하면서 빈방이 빠지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월요일 아침. 원하던 방이 빠졌고 냅다 예약을 했다. 그 희열이란. 나중에 혹시라도 태백에 놀러가실 분. 태백산 민박촌이 최고다. 거길 꼭 잡도록! 일단 먹은 게 기억에 남는다. 태백 닭갈비. 1인분에 6천원으로 매우 싼데, 그도 그럴 것이 닭고기가 그리 많질 않다. 물닭갈비라 불리기도 하는 것으로 닭볶음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인데, 감자나 당근 같은 건 없고, 주된 채소가 겨울 냉이다. 닭갈비와 냉이라... 내가 냉이를 좋아해선가 향긋한 냉이가 아주 좋더라고. 그리고 우동 사리를 시켜서 닭고기가 익기 전 우동과 채소를 먼저 건저먹으면 되는 식이다. 태백 한우도 물론 먹었다. 택시까지 타고 간,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은 문을 닫았고 (설 바로 전 날이었음) 어찌어찌 근처의 문 연 한우집을 찾았다. 여행 와서 먹는 건 어지간하면 만족스럽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값도 싸고. 또 하나 먹은 것이 한우 수제버거. 태백의 어느 아파트 단지 뒤쪽에 있는 카페인데 구석진 위치임에도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태백의 명소인 모양이다. 가격은 수제버거+아메리카노 세트에 8,000원. 이만하면 아주 싼 가격 아닌가. 게다가 커피도 직접 볶는 집이라 하고, 날라온 버거의 패티는 상당히 실한 것이었다. 계란과 토마토 패티, 채소 등이 올라간 기본에 충실한 버거였다. 맛있더라. 궁금한 건 바리스터로 보이는 아저씨가 한국말을 꽤 하는 젊은 외국인인데 어떻게 그 곳에서 일하게 되었을지? 태백산은 입장료는 내고 아주 조금만 올라갔다 왔다. 바로 그 근처에 석탄 박물관이 있던데 기대하지 않았으나 반한 곳이다. 지역 박물관들 몇 군데 보긴 했는데 여기가 최고인 듯. 3층에 이르는 공간의 전시품에도 아주 공을 들였다 생각했는데 마지막 코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압권이다. 엘리베이터를 지하 갱도로 내려가는 강하기로 연출했더라고. 딱 타면 엘리베이터 불이 꺼지면서 번쩍번쩍 하는 조명과 온갖 효과들과 함께 실제 지하 갱도로 내려가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리고 문이 열리면 지하 1층 전시장. 거기는 갱도 체험 공간이다. 아주 훌륭하지 아니한가! 민박촌에서는 뒹굴거리다가 애니메이션 세 편을 봤는데 모두 인상적인 작품들이었다. 레이몬드 브릭스 원작의 애니 두 편을 봤는데 하나는 <파더 크리스마스 Father Christmas> 또 하나는 <바람이 불어올 때 When the Wind Blows>. 또 한 편은 캐나다 애니메이션 <마담 투틀리 푸틀리 Madame Tutli-Putli>. 이 정교하고 신비로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란. 세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그냥 생략. 다른 곳에 간략하게 써놨다. 다음 주 쯤, 태백에서는 눈축제가 열린다. 시내 전체가 그걸 준비하느라 거대한 눈조각들을 조각하고 있더라. 눈축제에 걸맞게 태백은 눈이 매우 많이 쌓여있었다. 태백까지 오는 길 어지간하면 눈이 하나도 안보이는 풍경이었는데, 태백 근처에 오니 눈이 보이다가 태백산에 눈이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는 걸 보니 영동지방의 폭설이란 게 이런 건가 싶었다. 덕분에 눈으로 눈호강 하고 왔다. 짧은 동서 여행만으로도 이렇게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렇게 2012년 짧은 여행의 시작. 올해에는 얼마나 더 작고 큰 여행을 갈 수 있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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